루 블룸, 그는 왜 뉴스 산업에 집착했을까?
'나이트크롤러(Nightcrawler, 2014)'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다. 이 영화는 미디어 산업의 어두운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뉴스가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냉정하게 분석한다. 영화의 주인공 루 블룸(제이커 질렌할)은 강한 야망을 가진 인물이지만, 사회적인 윤리나 도덕적 기준이 결여된 상태로 성공을 갈망하는 전형적인 반(反) 영웅이다. 영화 초반, 루는 무직 상태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른다. 그러던 중 우연히 교통사고 현장을 촬영하는 프리랜서 기자를 보게 되고, 이 분야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뉴스 채널들은 충격적이고 선정적인 영상을 원했고, 그는 이를 이용해 점점 뉴스 산업에 빠져든다. 루는 기존의 기자들과 달리, 뉴스를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비즈니스의 한 형태로 본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범죄 현장을 촬영하고, 더 극적인 영상을 얻기 위해 점점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게 된다. 그는 심지어 사고 현장을 조작하고, 범죄 현장을 미리 예측하며 뉴스의 흐름을 통제하려 한다. 이런 모습을 통해 영화는 뉴스 산업이 점점 자극적인 방향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자극적인 뉴스, 시청률을 위한 조작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영화는 뉴스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시청률과 광고 수익을 위한 상품이 되어버렸음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특히 영화 속에서 뉴스 프로듀서 니나(르네 루소)는 높은 시청률을 위해 루 블룸의 충격적인 영상을 적극적으로 구매하고 방송에 내보낸다. 그녀는 "시청자들은 범죄가 부유한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에 더 관심을 가진다"며, 뉴스가 정보보다 감정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말한다. 이는 현실과도 매우 유사한 모습이다. 실제 뉴스 산업에서도 선정적인 사건들이 더 큰 주목을 받는다. 평범한 사회 문제보다 강력 범죄, 사고, 테러 같은 뉴스가 더 많이 보도되며, 이러한 방식이 뉴스 소비 패턴을 결정짓는다. 현대의 뉴스 플랫폼에서는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과 편향된 편집이 흔히 사용된다. 루 블룸은 이러한 뉴스의 본질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으며, 점점 더 충격적인 영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현실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그는 사건 현장을 미리 예측해 경찰보다 먼저 도착하려 하고, 때로는 피해자를 방치하거나 카메라 앵글을 조작해 더욱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결국 그는 뉴스를 단순히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뉴스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이러한 방식은 우리가 실제로 소비하는 뉴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객관적인 정보를 접하고 있을까? 우리가 보는 뉴스가 철저하게 연출된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영화는 뉴스 소비자의 역할 또한 강조하며, 우리가 무엇을 보고 어떤 뉴스를 선택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나이트크롤러가 던지는 질문, 우리는 어떤 뉴스를 원하는가?
영화의 결말에서 루 블룸은 완벽한 승리를 거둔다. 그는 더 큰 뉴스 회사를 설립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뉴스를 만들어가는 기업가가 된다. 그는 법적으로 처벌받지도 않고, 오히려 그의 윤리적 결함이 성공의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결말은 불편하지만 현실적이다. 실제로 현대 사회에서는 윤리적인 문제보다 효율성과 성과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바로 "우리는 어떤 뉴스를 원하는가?"이다.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뉴스가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현실에서, 우리는 정보를 얻기 위해 뉴스를 보는 것인지, 아니면 감정을 자극하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원하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또한, 우리는 뉴스 소비자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뉴스가 자극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결국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한 자극적인 기사와 편향된 보도는 결국 시청자의 관심을 반영한 결과다. '나이트크롤러'는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니라, 뉴스 산업과 현대 미디어 환경이 얼마나 비윤리적으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는 이 영화가 보여주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제는 우리가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