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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리폼드, 신앙과 절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

by Hadain 2025. 2. 14.

에른스트 톨러 목사, 그는 왜 절망 속에 빠졌는가?

'퍼스트 리폼드(First Reformed, 2017)'는 단순한 종교 영화가 아니다. 폴 슈레이더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신앙과 절망, 환경 문제와 도덕적 갈등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영화의 중심에는 '에른스트 톨러(에단 호크)'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뉴욕주의 작은 개신교 교회 '퍼스트 리폼드'의 목사로, 신앙을 지키려 하지만 내면적으로 깊은 회의감과 절망에 빠져 있다. 톨러는 과거 군목으로 활동하며 아들을 전쟁에 보냈고, 결국 그 아들이 전사하면서 큰 상실감을 경험한다.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신앙에 대한 확신을 잃고, 내면적으로 점점 무너져 간다. 술에 의존하며 신체적으로도 쇠약해진 그는, 자신이 이끄는 교회가 관광지처럼 변해가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또한, 현대 교회가 자본주의와 기업 후원에 기대어 운영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더 환멸을 느낀다. 이러한 상태에서 톨러는 '마이클(필립 에팅거)'이라는 환경운동가와 그의 아내 메리(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만나게 된다. 마이클은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 문제에 대해 극단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가고 있다고 믿는다. 이와 같은 생각은 이미 절망에 빠져 있던 톨러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고 , 그는 기존의 신앙적 가치관을 재검토하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되며, 더 나아가 급진적인 행동을 고민하기에 이른다.

퍼스트 리폼드가 던지는 질문, 신앙은 구원의 길인가?

영화는 단순한 신앙의 회복을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신앙이 절망을 극복하는 수단인지, 혹은 절망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소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톨러는 마이클과의 대화를 통해 점점 기존의 가치관에서 벗어나고, 환경 문제에 대한 강한 분노를 느끼게 된다. 톨러가 마이클의 죽음 이후 그의 집에서 폭탄 조끼를 발견했을 때, 그는 처음에는 이를 경악하며 부정하지만, 결국 마이클의 사상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 마이클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단순한 좌절이 아니라, 세상에 부조리에 대한 깊은 고뇌의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톨러 역시 기후 변화와 인간의 탐욕이 신앙과 도덕적 가치를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또한, 영화 속에서 대형 교회의 담임목사 제퍼스(세드릭 더 엔터테이너)는 톨러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하지만, 그는 결국 톨러가 가는 길을 막을 수 없다. 제퍼스는 신앙을 교회의 시스템 안에서 유지하려 하지만, 톨러는 기존의 체제에 대한 반발을 느낀다. 그는 기업의 후원을 받으며 환경 파괴를 묵인하는 대형 교회와는 다른 길을 가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신앙이 현실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구원의 길인지 고민한다. 영화는 신앙이 반드시 희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신앙은 때로는 절망을 더욱 깊게 만들고, 인간이 스스로를 희생하며 급진적인 행동을 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톨러가 점점 마이클과 비슷한 길을 걸으며 급진적인 결단을 내리는 과정은, 신앙이 단순한 평안이 아니라, 깊은 내면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톨러의 선택과 영화의 결말, 그는 구원받았을까?

영화의 결말은 강렬하고도 충격적이다. 톨러는 결국 교회의 기념행사에서 폭탄 조끼를 착용하고 자폭을 결심한다. 그는 이 행동이 환경 파괴에 대한 강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 믿으며, 자신이 신을 위한 희생양이 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는 메리를 보게 되고 그녀를 향한 감정이 폭발한다. 톨러는 폭탄 조끼를 벗고, 절망 대신 새로운 감정을 선택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메리와 격렬한 키스를 나눈다. 하지만 이 장면이 현실인지, 혹은 그의 머릿속에서 그려진 상상인지에 대한 해석은 열린 결말로 남는다. 이 결말은 톨러가 진정으로 구원받았는지, 혹은 또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도피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일부 해석에서는 그가 신앙을 통해 마지막 순간 인간적인 감정을 회복했다고 보기도 하며, 반면에 또 다른 해석에서는 이 장면이 단순한 환상일 뿐이며, 그가 여전히 절망 속에 갇혀 있다고 본다. 어떤 해석이든 영화가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신앙과 절망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같은 길 위에 놓일 수 있다. 톨러는 신앙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이 그를 구원하지 못했다. 그는 절망과 고통 속에서 신을 찾으려 했고, 결국 그 과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는 다시 한번 사랑과 인간적인 감정을 경험하며, 완전히 파멸하지 않았다. 결국, '퍼스트 리폼드'는 신앙이 인간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신앙을 통해 진정한 구원을 찾을 수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다. 톨러의 여정은 단순한 회심이나 타락이 아니라, 인간이 처한 복잡한 내면의 갈등과 연결되어 있다. 영화는 우리가 믿고 있는 신앙과 현실의 괴리를 직시하게 만들며, 절망 속에서도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